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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 귀에 할례

“목이 뻣뻣하고 마음과 귀에 할례 받지 않은 자들아, 너희가 항상 성령님을 거역하되 너희 조상들이 행한 것 같이 너희도 그렇게 행하는도다”(사도행전 7장 51절)

아브라함에게 행하라 하셨던 할례는 지금의 포경수술입니다. 포경수술은 성기를 감싸고 있던 포피를 잘라내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또 다음 이스라엘 세대에게 할례의 언약을 맺으신 이유는, 하나님 앞에 감춤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시기 위함이었습니다. 하나님과의 관계를 소변 볼 때마다 기억할 수 있게 해주시는 장치였을 것입니다.

예수님 이후, 몸에 직접 시행하는 할례의 흔적은 무의미하며 마음의 할례가 중요함을 이야기하는데, 그것은 계속해서 말씀을 변질시킨 사람들을 향하여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을 바라보더라도, 할례의 흔적만을 바라보듯 말씀을 통해서 눈에 보이는 것을 추구한다면, 우리 또한 말씀을 통해 하나님과의 관계를 바라보지 못했던 유대인들과 같이 마치 말씀을 지키는 양 온몸에 포피를 둘러싸고 지내는 것입니다.

십자가를 통과하지 않고 우리가 스스로 보는 말씀은 분명히 우리를 죽입니다. 우리가 지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죽지 않은 척 살아가는 우리의 모든 노력은 진실로 벗겨지지 않은 포피와 같고, 그렇게 자부했던 시절들은 포피에 쌓인 떼와 같이 하나님 앞에서 썩은 내를 진동하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성공이 하나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열심이 하나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것이 아니라, 포피를 벗어낸 우리의 진심이 하나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것입니다. 그 때에야 하나님이 일하시기 시작하십니다.

우리를 숨겨주는 것 같았던 껍질들을 벗어낼 때에, 처음엔 우리의 드러난 것들로 자책하게 되며, 너무나 슬프고 수치스러운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과 함께하는 삶을 통하여, 그 분께서 나의 수치를 가려주시는 시간들을 통하여, 나의 번복되는 실수가 나를 주관하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번복되는 실패 가운데서도 나를 품어주시는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다른 사람들의 모습도 관용하게 되는 성령의 열매를 수확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힘써 지키려고 했던 책무들을 내려놓고 은혜로 나아갈 때에, 그 은혜의 흐름은 내 마음에 높아진 산들을 깎아내는 것입니다. 그 산들이 깎일 때에, 내 마음의 산들로 가리워져 있었던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열리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연단하신다는 것은, 우리 마음에 우리 스스로 높아졌던 산들이 깎여서 이웃과 내가 함께 사는 마음의 땅이 평탄해지는 것입니다.

내가 하는 것에 힘 주시라고 소리치지 않으시기를 기도합니다. 내가 지키려 했던 것을 지켜주시라고 간구하지 않으시기를 기도합니다. 하나님의 사랑은 우리의 마음 속에 고여 있으려 하지 않으시기 때문에, 우리가 고집하는 모든 것들을 편평하게 깎아내리실 것입니다. 그 때에 우리의 고집과 생각이 댐을 쌓지 않도록 하나님께 기도하는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오직 판단의 공의를 물같이, 의를 힘찬 시내같이 흐르게 할지어다.”(아모스 5장 24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