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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싶었던 말

듣고 싶었던 말

4여호와께서 그가 보려고 돌이켜 오는 것을 보신지라 하나님이 떨기나무 가운데서 그를 불러 이르시되 모세야 모세야 하시매 그가 이르되 내가 여기 있나이다 5하나님이 이르시되 이리로 가까이 오지 말라 네가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

출애굽기 3장 4-5절

한 번만 말씀하셔도 세상을 창조하실 수 있는 하나님께서, 모세를 두 번 부르십니다. “모세야, 모세야.” 그 부르심 속에는 모세의 두 인생이 담겨 있는 듯합니다. 애굽에서의 실패, 그리고 미디안 광야에서의 고독과 외로움. 모세에게는 두 번의 인생이 있었지만, 두 번 다 그는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는 히브리인이었으나 동시에 이집트의 왕자였습니다. 히브리인이라는 정체성이 분명했기에 형제들을 구원하고자 했지만, 같은 민족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그에게는 아직 고난이 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민족의 거친 손이 닿지 않았고, 까맣게 그을린 피부도 없었습니다. 형제들에게 그는 단지 공사 감독관을 살해한 살인자에 불과했습니다.

살인이 발각되어 광야로 도망친 모세는 두 번째 인생을 시작합니다. 하나님은 자기 백성의 400년 고난을 십일조처럼 모세에게 40년 동안 채우십니다. 순간적이었지만, 하나님의 백성을 사랑하려 했던 모세의 인간적인 시도를 하나님은 감격하셨습니다. 하나님을 감격케 하면, 하나님은 그 사람을 준비시키시기 위해 고난을 선물로 주십니다.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백성의 고난의 십일조를 채우실 때, 모세는 참으로 힘들었습니다. 특히 아내 십보라와의 관계가 순탄치 않았던 듯합니다. 첫째 아들의 이름을 “게르솜(나그네)”이라 지었기 때문입니다. 아내에게 흡족히 사랑받았다면, 아들 이름이 그렇게 외로워 보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게르솜’ 대신 ‘목화솜’이라 지었을지도 모릅니다.

왕자의 신분을 버리고 동족을 사랑하기 위해 택한 타향살이 40년. 민족을 사랑했던 그 순간의 선택이 후회될 만큼 고독했을 것입니다. “왕자였는데 양 똥을 치우다니, 왕자였는데 구박을 당하다니.” 체념이 쌓이고 세월이 지나 어느새 40년, 그는 능숙한 목자가 되었습니다. 구박이 싫으면 양을 몰고 호렙산으로 가면 그만이었습니다.

그렇게 호렙산에서 하나님을 만납니다. 처음 해보는 광야의 궂은 일들을 견디며 선임이자 아내인 십보라에게 40년을 구박당했습니다. 군생활 2년만으로도 그 부대 근처로 가지 않는다고 하는데, 모세의 40년 타향살이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모세가 아내에게 듣고 싶었던 말은 아마 “여보, 힘들었지? 발에서 신 벗고 와서 쉬어”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십니다.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 네가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라.”

그 말씀은 곧 “고난의 십일조가 다 찼다”는 의미입니다. 이제 쉬라는 것입니다. 이제는 하나님의 손에 꼭 맞게 다듬어졌다는 뜻입니다. 모세 그 자신이 40년 동안 하나님의 지팡이가 되었습니다. 구불구불해진 지팡이처럼 인생의 곡선을 다 겪은 노인이 되었습니다. 빳빳한 청년 시절엔 단지 막대기였지만, 이제는 하나님이 쥘 만한 지팡이가 된 것입니다. “발에서 신을 벗으라.” 그 말은, 아내에게 듣고 싶었던 위로의 말이자 하나님께서 주신 진정한 사랑의 표현이었습니다.

양똥을 치우던 모세가, 이제 하나님 나라의 외교관으로 위임받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에게 큰 일을 맡기시지만, 모세는 십보라의 오랜 갈굼 탓인지 필요 이상으로 위축되어 있습니다. 하나님은 그에게 상담자도, 동역자도, 표적도 주시며 먼저 사랑으로 다가가십니다.

하나님이 모세에게 기대하신 것은 단지 출애굽의 영광스러운 사역만이 아닙니다. 광야에서 모세는 하나님의 ‘아내’와도 같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불평과 배신을 수없이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그때 하나님을 위로할 자가 모세밖에 없었습니다. 하나님의 마음을 알아줄 자가 모세뿐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나님은 모세를, 어려운 아내를 잘 사랑할 수 있는 사람으로 빚으셨습니다. 그것이 바로 하나님의 교회를 사랑할 자격이었습니다.

25십보라가 돌칼을 가져다가 그의 아들의 포피를 베어 그의 발에 갖다 대며 이르되 당신은 참으로 내게 피 남편이로다 하니 26여호와께서 그를 놓아 주시니라 그 때에 십보라가 피 남편이라 함은 할례 때문이었더라

출애굽기 4장 25-26절

모세는 이미 40년 동안 마음의 할례를 받았는데, 아들의 할례 하나 때문에 또 구박을 받습니다.

2모세의 장인 이드로가 모세가 돌려 보냈던 그의 아내 십보라와

출애굽기 18장 2절

모세는 애굽으로 가는 길에 아내를 돌려보냅니다. 우리는 그가 왜 그렇게 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가 평생 듣고 싶었던 말은 “발에서 신을 벗으라” 그 한마디였습니다.
하나님은 결국 그 말을 직접 해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