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사사들이 치리하던 때에 그 땅에 흉년이 드니라 유다 베들레헴에 한 사람이 그의 아내와 두 아들을 데리고 모압 지방에 가서 거류하였는데
룻기 1장 1절
나오미의 가족은 작정하고 고향을 떠났습니다. 흉년으로 인해 자신들만이라도 살아보겠다는 마음으로 재산을 챙겨 모압으로 향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피난이었지만, 실상은 하나님을 떠난 선택이었습니다. 교회를 떠나고, 신앙을 떠나고, 하나님을 등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 사실을 모르지 않았습니다.
2그 사람의 이름은 엘리멜렉이요 그의 아내의 이름은 나오미요 그의 두 아들의 이름은 말론과 기룐이니 유다 베들레헴 에브랏 사람들이더라 그들이 모압 지방에 들어가서 거기 살더니 3나오미의 남편 엘리멜렉이 죽고 나오미와 그의 두 아들이 남았으며 4그들은 모압 여자 중에서 그들의 아내를 맞이하였는데 하나의 이름은 오르바요 하나의 이름은 룻이더라 그들이 거기에 거주한 지 십 년쯤에 5말론과 기룐 두 사람이 다 죽고 그 여인은 두 아들과 남편의 뒤에 남았더라
룻기 1장 2-5절
모압에서의 삶은 점점 비극으로 치달았습니다. 남편 엘리멜렉이 죽고, 이어서 두 아들 말론과 기룐마저 세상을 떠났습니다. 나오미에게 남은 것은 두 며느리뿐이었습니다. 생계를 위해 고향을 떠났지만, 이제는 남은 생을 한탄하며 죽음을 기다릴 뿐이었습니다. 그녀의 마음에는 분명 이런 생각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나님이 나를 버리셨다.”
6그 여인이 모압 지방에서 여호와께서 자기 백성을 돌보시사 그들에게 양식을 주셨다 함을 듣고 이에 두 며느리와 함께 일어나 모압 지방에서 돌아오려 하여 7있던 곳에서 나오고 두 며느리도 그와 함께 하여 유다 땅으로 돌아오려고 길을 가다가
룻기 1장 6-7절
그런데 어느 날, 기근이 들었던 유다 땅에 다시 양식이 생겼다는 소문이 들려왔습니다. 처음에는 아무런 감정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저 더 이상 먹고살 길이 없으니, 친척이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러나 고향 소식을 전해 들은 그 순간, 그녀의 마음 어딘가 깊은 곳이 울렸습니다. 자신이 버린 하나님께서 여전히 자신을 기억하고 계시다는 사실이 너무나 이상하고도 두려웠습니다.
나오미는 길을 걸으며 수많은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하나님이 여전히 자기 백성을 돌보신다는 소식이 모압까지 들려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을 것입니다. 먹먹했습니다. 자신이 버린 하나님께서 여전히 사랑하신다는 생각이 들자, 그 감격과 부끄러움에 심장이 멎는 듯했습니다. 남편과 아들을 잃은 슬픔보다, 하나님께 버림받았다고 여겼던 마음이 더 아팠습니다. 그런데 그 하나님이 모압까지 찾아오셔서 복된 소식을 전하셨다는 사실이, 나오미의 굳어버린 영혼을 다시 뛰게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다시 사랑하신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오미는 더 이상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습니다. 그 사랑이 다시금 자신에게 임했다는 확신만으로 충분했습니다. 이제는 고향으로 돌아가 연명할 생각조차 사치로 여겨졌습니다. 그저 이 감격을 품은 채, 길에서 죽어도 좋다는 마음이었습니다.
8나오미가 두 며느리에게 이르되 너희는 각기 너희 어머니의 집으로 돌아가라 너희가 죽은 자들과 나를 선대한 것 같이 여호와께서 너희를 선대하시기를 원하며 9여호와께서 너희에게 허락하사 각기 남편의 집에서 위로를 받게 하시기를 원하노라 하고 그들에게 입 맞추매 그들이 소리를 높여 울며
룻기 1장 8-9절
그 말은 단순한 배려가 아니었습니다. 진심으로 그들이 새로운 삶을 살기를 바랐습니다. 더 이상 누구에게도 짐이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나님 외에는 어떤 것도 마음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분의 사랑이 너무나 크고, 그 사랑을 느낀 마음이 너무 벅차서, 그 사랑 외에는 아무것도 원치 않았습니다.
오르바는 결국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나오미는 룻도 그렇게 돌려보내려 했습니다. 하지만 룻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룻은 시어머니를 따르겠다고 고백했습니다. “어머니께서 가시는 곳에 나도 가고, 어머니께서 머무시는 곳에서 나도 머물겠나이다. 어머니의 백성이 나의 백성이 되고, 어머니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 되시리니.”
15나오미가 또 이르되 보라 네 동서는 그의 백성과 그의 신들에게로 돌아가나니 너도 너의 동서를 따라 돌아가라 하니 16룻이 이르되 내게 어머니를 떠나며 어머니를 따르지 말고 돌아가라 강권하지 마옵소서 어머니께서 가시는 곳에 나도 가고 어머니께서 머무시는 곳에서 나도 머물겠나이다 어머니의 백성이 나의 백성이 되고 어머니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 되시리니 17어머니께서 죽으시는 곳에서 나도 죽어 거기 묻힐 것이라 만일 내가 죽는 일 외에 어머니를 떠나면 여호와께서 내게 벌을 내리시고 더 내리시기를 원하나이다 하는지라
룻기 1장 15-17절
룻은 단순히 시어머니를 따라간 것이 아닙니다. 나오미가 깨달은 하나님의 사랑을 함께 깨달은 것입니다. 룻은 시어머니를 통해 하나님을 보았습니다. 시어머니의 삶 속에 드러난 하나님의 사랑이 너무나 분명했기에, 그 하나님을 따르기로 결단했습니다.
그들의 걸음에는 이제 계산이나 두려움이 없었습니다. 생존을 위한 길이 아니라, 사랑의 부르심에 대한 응답이었습니다. 나오미는 자신을 버렸던 하나님이 다시 찾아오셨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충분했고, 룻은 그 하나님을 향한 시어머니의 믿음을 보고 자신도 그 사랑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이제 나오미와 룻은 서로에게 헌신했지만, 그것은 의식된 헌신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하나님을 향한 사랑의 자연스러운 반응이었습니다.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이미 다 겪은 그들에게, 남은 것은 사랑뿐이었습니다.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도 이와 같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버렸을지라도, 하나님은 결코 우리를 버리지 않으십니다. 우리가 믿음이 없을지라도, 주님은 신실하십니다.
13우리는 미쁨이 없을지라도 주는 항상 미쁘시니 자기를 부인하실 수 없으시리라
디모데후서 2장 13절
하나님은 여전히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우리가 모압에 있을지라도, 우리의 심장이 멎은 듯할지라도, 그분은 우리를 찾아오십니다. 그리고 그분의 사랑이 다시 심장을 뛰게 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