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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

강박

15내 허무한 날을 사는 동안 내가 그 모든 일을 살펴 보았더니 자기의 의로움에도 불구하고 멸망하는 의인이 있고 자기의 악행에도 불구하고 장수하는 악인이 있으니 16지나치게 의인이 되지도 말며 지나치게 지혜자도 되지 말라 어찌하여 스스로 패망하게 하겠느냐 17지나치게 악인이 되지도 말며 지나치게 우매한 자도 되지 말라 어찌하여 기한 전에 죽으려고 하느냐 18너는 이것도 잡으며 저것에서도 네 손을 놓지 아니하는 것이 좋으니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는 이 모든 일에서 벗어날 것임이니라

전도서 7장 15-18절

선악과를 먹은 뒤에, 나 자신이 나의 판단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나를 사랑하신다는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이해도 내 기준에서 내가 만든 이해로 고정하기 쉽습니다. 단편적인 하나님을 자신의 삶에 대입하여, 부분적으로 알게 된 것을 전체처럼 여기는 것입니다. 내가 하나님을 겪었어도 그것은 아주 일부입니다. 예수님은 언제나 내가 알게 된 하나님도 어제까지의 ‘만나’이기 때문에 썩어지도록 쌓아두지 말고 오늘의 ‘일용할 양식을’ 구하라고, 하나님을 향한 사랑의 부지런함을 권하십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하나님을 알아가는 매일의 부지런함에 거하고 싶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알게 된 하나님으로 족하게 여기고, 주어진 자유는 그냥 내 뜻대로 누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기적인 본성은 예수님을 만난 뒤에도 우리를 크게 유혹합니다. 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 거리감이 있는 초월자로 하나님을 외롭게 놔두고, 내 삶에 간섭까지는 하지 않으시기를 어쩌면 매우 바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 지나친 간섭일까 봐 두려워 다가가지 않게 될 때, 우리는 내가 막연히 두려워한 하나님의 사랑보다도 더욱 큰 장애물이 마음에 생깁니다. 이 장애물은 ‘구원을 위하여서는 하나님을 믿고 있는 모습이어야겠다’라는 강박입니다. 여느 아주 못된 사람이 되어 상대가 주는 큰 선물은 받아줄게 하고 받고서는 그 상대의 마음은 받아주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하나님 앞에서도, 예수님을 통한 사망으로부터의 ‘구원’은 내가 받아야 되니 받아줄게 하면서도, 그렇지만 나의 삶에 간섭하지는 말아 달라 간절히 기도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구원’만 받기 위한 믿음의 ‘강박’은 어떤 모양입니까? 내가 생각할 때 그래도 이 정도는 예수님 믿어주는 거라고 ‘여길 만하다’라는 태도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구원은 실상 하나님과 교제하는 것 자체가 구원임에도, 하나님과 교제하고 싶지는 않지만 구원은 받고 싶은 사람들은 괴상한 종교적 의식을 만듭니다. 헌금을 주기적으로 낸 것을 하나님께서 알아주시기를 바라거나, 내가 ‘하나님의 이름으로 선행했던 것들’이 나를 만나고 싶어 하시는 하나님의 마음보다 더 신뢰할 만한 것으로 스스로 여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항상 자신의 어떤 ‘행동’에 신앙생활의 기준을 국한하여 내가 이러한 행동만큼은 안 해야지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거나, 그런 강박에 너무 지치다 보면 완전히 신앙을 놓아버리고 “하나님이 알아서 하시겠지”라는 마음의 방임에 치우칩니다. 그리고 양심에 위배되는 삶으로 치우치고는 하나님께 마음이 이르기를 “날 사랑하신다며, 사랑하실라면 해봐” 합니다. 고집스러운 우리의 마음은 언제나 하나님 앞에서 포악을 행사하기에 습관이 되어 있습니다. 참으로 은혜로운 것은, 강박에 사로잡혔거나 그 강박에 지쳐 하나님께 포악하던지 간에, 하나님께서는 동일하게 다가오셔서 미련한 짝사랑을 또 드러내신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인자하고 동일하신 하나님의 모습으로, 서로를 날마다 새로이 만난 사람처럼 마음의 익숙함을 걷어내야 합니다. 그것이 하나님을 닮아가는 것입니다. 교회 안에서의 사람뿐 아니라 바깥 모든 사람들도, 또한 익숙한 가족도 오늘 처음 만난 사람처럼 여겨주십시오. 그것이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닮아가는 것입니다. 하나님께로 갈 때마다, 내가 한 번도 하나님을 멀리한 적이 없었던 것처럼 진심으로 반겨주시는 하나님이십니다. 나의 연약과 나의 무례했던 반항을 조금도 들춰내지 않으시는 하나님처럼, 우리도 날마다 서로 사랑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8여호와는 긍휼이 많으시고 은혜로우시며 노하기를 더디 하시고 인자하심이 풍부하시도다 9자주 경책하지 아니하시며 노를 영원히 품지 아니하시리로다 10우리의 죄를 따라 우리를 처벌하지는 아니하시며 우리의 죄악을 따라 우리에게 그대로 갚지는 아니하셨으니 11이는 하늘이 땅에서 높음 같이 그를 경외하는 자에게 그의 인자하심이 크심이로다

시편 103편 8-11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