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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줄 수도 있는 착각

사랑이 줄 수도 있는 착각

4내가 말하기를 내가 주의 목전에서 쫓겨났을지라도 다시 주의 성전을 바라보겠다 하였나이다 5물이 나를 영혼까지 둘렀사오며 깊음이 나를 에워싸고 바다 풀이 내 머리를 감쌌나이다 6내가 산의 뿌리까지 내려갔사오며 땅이 그 빗장으로 나를 오래도록 막았사오나 나의 하나님 여호와여 주께서 내 생명을 구덩이에서 건지셨나이다 7내 영혼이 내 속에서 피곤할 때에 내가 여호와를 생각하였더니 내 기도가 주께 이르렀사오며 주의 성전에 미쳤나이다 8거짓되고 헛된 것을 숭상하는 모든 자는 자기에게 베푸신 은혜를 버렸사오나 9나는 감사하는 목소리로 주께 제사를 드리며 나의 서원을 주께 갚겠나이다 구원은 여호와께 속하였나이다 하니라 10여호와께서 그 물고기에게 말씀하시매 요나를 육지에 토하니라

요나 2장 4-10절

요나는 분명 불순종으로 하나님의 마음을 아프게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를 버리지 않으시고, 커다란 물고기로 보호하시는 아량을 베푸셨습니다. 그런데 요나는 물고기 뱃속에서조차 자신의 경건을 자랑했습니다. 그의 기도의 대부분은 하나님 보시기에 역겨운 것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그의 가증한 기도를 참으셨고, 들으셔야 할 말을 들으신 뒤에 마치 울렁거림을 참다 토하듯이 그를 육지로 내보내셨습니다. 요나는 물고기 뱃속에서도 고집을 부렸지만, 하나님은 그 기간 동안 그를 목적지로 인도하셨습니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고백 “나의 서원을 주께 갚겠나이다” 이 말을 들으신 후에야 요나를 내보내셨습니다.

하나님은 자기에게 속한 자를 사망에 버려두지 않으십니다. 다만 ‘난처한 생명’으로 응답하십니다. 요나에게 물고기 뱃속은 그런 생명이었습니다. 답답하고 냄새나는 그곳에서, 하나님께서는 요나가 다시 햇빛을 보게 하시려면 들을 말을 들으셔야 했습니다. 요나가 순종의 의지를 비추었을 때, 하나님은 그가 어떤 상태였든 햇빛을 다시 허락하셨습니다.

우리는 생각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아량을 우리의 신앙 수준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요. 요나는 물고기로 구원받은 자신의 처지를 ‘자신의 경건함’ 때문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사실 그것은 그의 신앙이 얼마나 나빴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였습니다. 하나님의 무한한 아량이 아니고서는 감당할 수 없는 불순종이었습니다.

많이 구원받을수록, 더 많은 난처함 속에서 주님의 도움을 받을수록, 우리는 남이 나보다 훨씬 낫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신앙 초기에 나는 내 경건함 때문에 응답받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여러 번, 수없이 건짐을 받으며 돌아보니, 고난은 내가 자초한 것이 훨씬 많았고, 응답의 근거는 내 경건이 아니라 하나님의 신실하신 사랑뿐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그분을 인식하게 된 것만으로도, 관계가 생긴 것만으로도 기뻐하십니다. 우리가 인간적으로 덕을 세우지 않아도, 그저 하나님께 속한 자녀가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해하십니다. 불순종 중에도, 하나님은 우리를 향한 언약 관계 자체를 소중히 여기십니다.

나는 나 자신을 보기에도 혐오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 또한 나를 피하고 싶어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런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으시고, 더럽혀진 나를 껴안으십니다. 자책의 시선과 사람들의 판단, 마귀의 참소 앞에서도 주님은 나를 감싸 안으십니다. “그래도 사랑한다, 그래도 버릴 수 없다” 말씀하십니다. 마치 내가 하나님의 존재 이유인 듯, 스스로 계신 분이 나로 인해 존재하시기를 원하시는 것처럼 사랑하십니다.

그 사랑을 느낄 때면, 감사와 찬양보다 그저 먹먹해집니다.

2욥이 입을 열어 이르되

욥기 3장 2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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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보소서 나는 비천하오니 무엇이라 주께 대답하리이까 손으로 내 입을 가릴 뿐이로소이다 5내가 한 번 말하였사온즉 다시는 더 대답하지 아니하겠나이다

욥기 40장 4-5절

입이 다물어집니다.
사랑 앞에서, 은혜 앞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습니다.
그저 침묵 속에서, 하나님이 여전히 나를 사랑하신다는 사실만이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