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폰트 크기
보통 16px
안아주심

안아주심

9주의 얼굴을 내게서 숨기지 마시고 주의 종을 노하여 버리지 마소서 주는 나의 도움이 되셨나이다 나의 구원의 하나님이시여 나를 버리지 마시고 떠나지 마소서

시편 27편 9절

시편 27편 9절의 고백은 모든 믿는 자가 인생 속에서 겪게 되는 시련의 순간의 고백입니다. 우리 중 누구도 환란 가운데서 하나님을 향한 신뢰를 요동 없이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의 환란에 대해서는 “찬양하라”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자신이 직접 환란을 당할 때에는, 지금까지 도움을 주셨던 하나님조차 흐릿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극한 환란 속에서 하나님과 대화하고자 했던 욥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욥은 고난의 이유를 알고 싶어 하나님과 마주 앉아 대화하길 원했습니다. 우리 역시 인생의 여러 고난에 부딪힐 때, 하나님 앞에 나아가 직접 말씀을 듣고 싶어집니다. 대화를 통해 답답함이 해소될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과의 대화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인간의 한계적 확신일 뿐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많은 경우, 말로 응답하지 않으십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단순히 귀로 들리고 눈으로 확인되는 것이 아니라, 성령으로 임하여 마음 깊은 곳에 다가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하나님께서 얼굴을 숨기시는 듯한 시간들을 허락하십니다.

하나님께서 얼굴을 숨기시고, 우리의 고난과 환란 속에서 침묵하실 때 우리는 원망하고 괴로워합니다. 조급한 마음에 빨리 응답을 듣고자 재촉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침묵은 부재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말이 아니라 능력으로 우리를 대하고 계신 시간입니다.

사람 사이에서도 어떤 친구가 극심한 고난을 겪고 있을 때, 말로 위로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말보다 중요한 것은 그를 안아주는 침묵의 온기이기 때문입니다. 그저 곁에 함께 있어주는 것으로 위로가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도 그러하십니다. 우리가 환란 중에 있을 때, 하나님은 말로 위로하지 않으시고 우리를 안아주십니다. 그분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음성도 들리지 않지만, 마음 깊은 곳에 남는 따스함으로 우리는 그분의 사랑을 느낍니다.

하나님께서는 침묵으로 우리를 버리시는 것이 아니라, 품으심으로 우리를 위로하십니다.
그분의 온기 안에서 우리는 여전히 살아 있음을, 그리고 구원이 그분께로부터 온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1나의 영혼이 잠잠히 하나님만 바람이여 나의 구원이 그에게서 나오는도다

시편 62편 1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