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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독

소독

20큰 집에는 금 그릇과 은 그릇뿐 아니라 나무 그릇과 질그릇도 있어 귀하게 쓰는 것도 있고 천하게 쓰는 것도 있나니 21그러므로 누구든지 이런 것에서 자기를 깨끗하게 하면 귀히 쓰는 그릇이 되어 거룩하고 주인의 쓰심에 합당하며 모든 선한 일에 준비함이 되리라

디모데후서 2장 20-21절

우리가 사용하는 많은 도구들은 각각 깨끗함을 요구하는 정도가 다릅니다. 칫솔은 사용 후 물로 세척하고, 밥그릇이나 여러 식기도 세제로 씻습니다. 그리고 칫솔은 칫솔함에, 밥그릇들은 선반에 건조해 두고 보관합니다.

그러나 집에서 쓰는 이런 것들과 달리, 대충 다루면 안 되는 종류의 도구들도 있습니다. 만약 병원의 수술도구들을 칫솔이나 식기를 다루듯 다룬다면 문제가 커질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도 각각의 도구들을 구별하시고 각자에게 각자의 분량을 요구하시는 듯합니다.

수술도구를 세제로 설거지할 수는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밥그릇을 수술도구처럼 소독하고 철저하게 보관할 필요도 없습니다. 하나님은 세상에 병원도 있고 식당도 있듯, 교회에도 병원과 식당처럼 각각의 사람들을 배치하신 듯합니다. 그렇게 느껴집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거룩을 ‘일주일에 술 한 번만 마시는 것’으로 생각하게 하십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주일을 성수하는 것을 거룩으로 여기게 하시고 칭찬도 하십니다. 또 어떤 사람에게는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강박에 가까운 철저한 경건을 요구하시기도 합니다.

하나님은 각자에게 다른 분량을 허락하십니다. 내게 많은 분량을 주셨다고 적은 분량을 가볍게 나르는 자를 보며 불평해서는 안 됩니다. 혹은 내게 적은 분량을 주셨다고 많은 것을 맡은 사람을 부러워할 필요도 없습니다. 각자 지음받은 물건이기에, 교회의 유익에 필요한 자신의 용도를 철저히 깨닫고 부르심을 굳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 교회가 크게 아픈 이유는 칫솔이나 밥그릇 때문이 아닙니다. 식기와 같은 일상용품 때문도 아닙니다. 수술도구들이 사용 후에 자신을 설거지 수준으로 소독하기 때문입니다. 수술이 필요한 교회에 수술도구가 포크나이프 역할을 하고 싶어하는 것입니다. 수술도구가 주방용품처럼 안일해지고 싶어하는 것입니다.

누가 수술도구인지, 그 부르심을 받은 자신은 알아차릴 것입니다. 자신이 수술도구임에도 주방용품이라고 고집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자신이 수술도구임에도 설거지 수준의 경건을 고집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식기를 제대로 씻지 않아서 식중독이 생긴다 하여 감옥에 넣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수술도구를 깨끗이 하지 않아 생기는 결과는 자신의 온 집안을 다 팔아도 감당할 수 없는 일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