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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골짜기

눈물 골짜기

20충성된 자는 복이 많아도 속히 부하고자 하는 자는 형벌을 면하지 못하리라

잠언 28편 20절

사랑으로 뜨거웠던 시절에는, 자신의 상황을 크게 의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복잡하고 답답한 현실 속에서도, 사랑 하나만으로 기뻤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사랑하게 된 대상이 하나님 아버지라는 사실은, 동시에 그 사랑이 언제든 변질될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음을 뜻합니다. ‘그분은 전능하시니, 잠시 비인격적으로 대해도 괜찮겠지’라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우리의 기억력은 매우 짧습니다. 그래서 사랑의 온기를 금세 잊어버리고, 하나님께 집중하는 시간이 때로는 내 삶을 방해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럴 때 우리는 하나님께 나의 상황을 대입시킵니다.

“주님, 지금 제 상황이 이렇습니다.”

만약 상대가 사람이었다면, 그 말은 꽤 당황스러웠을 것입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사랑에 겨워 초월적인 기쁨을 누리던 이가, 오늘은 현실에 지쳐 낙심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실망스러울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인생이 아니시기에, 우리의 연약함을 아시고 잠잠히 받아주십니다. 아버지는 인격적인 사랑을 기뻐하시는 분이시지만, 우리가 변덕스럽게 그분을 다시 수단화하더라도, 그것마저 ‘나를 신뢰함’으로 여기시며 너그러이 품으십니다.

인격적으로 사랑했던 관계가 어느새 하나님을 이용하는 태도로 바뀌어도, 주님은 우리를 책망하기보다 기다리십니다. 우리는 입술로는 “하나님을 사랑합니다” 고백하지만, 실제로는 그분을 도구처럼 대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때로 우리가 넘어지도록 허락하십니다. 그 넘어짐 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큰 사랑의 빚을 지고 있는지를 깨닫게 하시기 위함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사랑할 때의 자신을 더 좋아합니다. 컨디션이 좋고, 믿음이 충만할 때의 자신을 안정감 있게 느낍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때로는 우리의 힘을 거두시는 이유는, 우리가 여전히 그분의 은혜 없이는 설 수 없는 존재임을 잊지 않게 하시기 위함입니다.

우리의 고질적인 나약함을 마주하는 시간은, 오히려 우리가 교회로 세워져 가야 한다는 하나님의 뜻을 깨닫게 하는 시간입니다. 예수님처럼 흠 없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지만, 하나님은 우리에게 하나, 둘 해결되지 않는 연약함을 남겨 두십니다. 그것이 우리로 서로를 사랑하게 하시려는 뜻입니다. 서로의 상처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에덴의 회복된 관계로 이끄시는 것입니다.

신앙의 초기에 우리는 강한 것, 잘하는 것, 꾸준한 것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사랑에 깊이 잠기기 시작하면, 오히려 연약함을 자랑하게 됩니다. 무릎 꿇고 눈물 흘리던 자리에서, 서로의 나약함을 고백하며 사랑을 주고받는 것입니다. 속기도 하고, 속이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진정한 용서와 사랑이 피어납니다.

8이것이 내게서 떠나가게 하기 위하여 내가 세 번 주께 간구하였더니 9나에게 이르시기를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 하신지라 그러므로 도리어 크게 기뻐함으로 나의 여러 약한 것들에 대하여 자랑하리니 이는 그리스도의 능력이 내게 머물게 하려 함이라 10그러므로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약한 것들과 능욕과 궁핍과 박해와 곤고를 기뻐하노니 이는 내가 약한 그 때에 강함이라

고린도후서 12장 8-10절

6그들이 눈물 골짜기로 지나갈 때에 그 곳에 많은 샘이 있을 것이며 이른 비가 복을 채워 주나이다 7그들은 힘을 얻고 더 얻어 나아가 시온에서 하나님 앞에 각기 나타나리이다

시편 84편 6-7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