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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을 마주할 때 (1편)

성경을 마주할 때 (1편)

3그 모든 일을 근원부터 자세히 미루어 살핀 나도 데오빌로 각하에게 차례대로 써 보내는 것이 좋은 줄 알았노니 4이는 각하가 알고 있는 바를 더 확실하게 하려 함이로라

누가복음 1장 3-4절

성경에 대해 가장 먼저 누가복음 1장의 말씀을 언급하는 이유는, 성경이 지닌 특징을 밝히기 위함입니다. 첫째, 성경은 믿음이 생겨난 자들의 전유물입니다. 누가가 기록의 수신자를 특정하며 언급한 이름 ‘데오빌로’는 “하나님의 친구”라는 뜻으로, 실존 인물이 아닌 상징적 표현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성경이 하나님의 친구들, 곧 성령으로 말미암아 믿음을 얻어 위로부터 새 생명을 입은 자들에게 주어진 책임을 드러냅니다.

둘째, 성경은 하나님을 향한 ‘아직 희미한 앎’을 더욱 확실히 하고 선명케 하려는 의도가 담긴 책입니다.

30예수께서 제자들 앞에서 이 책에 기록되지 아니한 다른 표적도 많이 행하셨으나 31오직 이것을 기록함은 너희로 예수께서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심을 믿게 하려 함이요 또 너희로 믿고 그 이름을 힘입어 생명을 얻게 하려 함이니라

요한복음 20장 30-31절

요한은 복음서를 단순한 나열이 아니라, 의도를 가진 선별과 선택의 기록임을 밝힙니다. 따라서 성경은 막연한 설명이나 단순 기록, 녹음이나 영상이 아니라, 하나님을 알게 하고 그분과 교제하도록 이끄는 분명한 목적을 지닌 책입니다.

이 사실을 강조하는 이유는, 많은 이들이 성경을 자기 본위적 호기심 해소의 수단으로 삼기 때문입니다. 왜 고양이나 공룡은 기록되지 않았는지 묻거나, 성경 전체를 차례로 정직하게 읽은 적도 없이 바깥의 쟁점을 들여와 논쟁하려는 시도들이 그러합니다. 그러나 이런 미시적 접근은 성경의 거시적 의도를 가리우며 오해만 낳을 뿐, 그 사람 자신에게도 아무 유익이 없습니다.

성경은 독자의 의도를 들이대며 접근하는 책이 아니라, 성경이 이미 지니고 있는 하나님의 의도를 발견하기 위해 겸손히 다가가야 하는 책입니다. 그때 비로소 하나님께서 겸손한 자들에게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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