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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을 마주할 때 (3편)

성경을 마주할 때 (3편)

11여호와께서는 사람의 생각이 허무함을 아시느니라 12여호와여 주로부터 징벌을 받으며 주의 법으로 교훈하심을 받는 자가 복이 있나니 13이런 사람에게는 환난의 날을 피하게 하사 악인을 위하여 구덩이를 팔 때까지 평안을 주시리이다

시편 94편 11-13절

성경의 서론 격인 창세기를 생각해보면, 창세기는 모세가 기록한 오경 중 하나이기에 기록된 시기는 이스라엘 백성이 구원받은 이후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애굽으로부터 해방된 기적적이고 가시적인 사건은 모든 하나님의 자녀가 된 사람들이 받은 죄로부터의 구원을 상징적으로 내포하고 있습니다. 출애굽 이후부터 기록된 책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둘 때, 하나님은 하나님을 의식하지 못하는 자에게 먼저 “말부터” 하신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하나님은 하나님을 필요로 느낄 수 있도록 먼저 사람의 인생을 섭리하십니다. 성경으로 볼 때, 구원을 받을 사람은 하나님의 섭리로 인해 그 어떤 인위적인 노력으로도 해갈할 수 없는 심연의 결핍을 마주합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인위적인 노력을 다 시도해 보아도 사라지지 않고, 가시적인 무엇에 의존하려 해도 기댈 수 없는 절망이 낳는 절망 속에서 사람은 그제서야 세상 바깥에서 해답을 찾으려 하고, 이 세상 밖에 하나님만 계시다는 사실을 성실한 전도자를 통해 복음을 접하게 됩니다.

이런 차원에서 복음을 전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계산할 수 없더라도, 불특정 다수에게 미련하게라도 복음을 전파하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성경은 주입식 교육이나 설득의 책이 아니라,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자에게 들리게 될 살아 있는 하나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성경은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자에게는 들리지 않는 책이며, 하나님으로 인해 필요를 느끼게 된 사람들에게만 들리는 책입니다.

하나님으로부터 주어진 갈망이 있는 자에게만 의미 있는 책이라는 것을 예수님도 아셨기에, 진주를 돼지에게, 거룩한 것을 개에게 주지 말라고 하신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공동체의 사역이 여론의 눈치를 보며 적선에 그치는 자원봉사로 퇴색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영혼의 굶주림과 갈증을 해결하지 못한 채 무상으로 주는 인간적인 사료에 길들여지고 있습니다. 교회로의 초대나 사람 간의 친교, 간식이나 여러 프로그램이 정당한 복음을 듣게 하는 데 이르지 못한다면 모두 헛된 수고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성경을 마주할 때, 먼저 우리에게 자각하게 하셨던 심연의 결핍을 자주 상기해야 하며, 그 결핍의 해결은 오직 말씀뿐임을 하나님을 의식한 이후부터 죽을 때까지 잊지 말아야 합니다. 심연의 결핍으로 하나님을 찾기 시작했다가 종교생활로 인해 다시 눈앞의 표면적인 욕구들을 해갈하는 데로 퇴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결과 성경 말씀의 위엄은 종교 안에서 무색해진 지 오래입니다. 그러나 성경 말씀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님을 경험하게 하는 역동하는 생명입니다.

성경은 하나님이 주신 심연의 결핍을 자각한 자만이 들을 수 있는 살아 있는 말씀이며, 우리는 처음 그 결핍 앞에서 하나님을 찾았던 마음을 끝까지 잊지 않고 말씀으로만 채워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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